24. 9. 29. 사건 당일
아~주 오랜만에 무등산에 등산을 하러 갔다. 등산은 3년 동안 수도 없이 다녀서 나름 가벼운 마음으로 중머리재를 거쳐 중봉까지 올라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힐링을 했다. 그리고 하산길... 뒤에서 등산객 아저씨가 스틱을 무섭게 찍으며 쫓아오듯 내려오신다. 원래 페이스 말리는 편도 아니고 이럴 경우 먼저 보내고 천천히 내려오는데, 그날따라 마음이 급해져 페이스가 말리고 먼저 보내지도 못하고 고민하던 찰나 엇! 찌릿! 윽... 발이 꺾였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어느 방향으로 접질렸는지 기억이 안 나지만 발목을 잡아주는 등산화를 신고 있어서 앞뒤로 꺾였을 것 같다. 뒤에 아저씨는 자기가 빨리 내려와서 미안하다고 하신다. ㅠㅠ 쉬다 내려오라 하시고 내려가신다.. 별 통증이 없길래 툴툴 털고 다시 하산을 했다. 1시간가량..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다. 어떤 각도에서 체중이 많이 실릴 때 빼곤 아무런 통증도 불편함도 없어서 가볍게 생각했다. 그리고 버스 타고 집 근처 정류장에서 내리려고 발을 딛는 순간 찌릿! 엌! 너무 아프다! 쩔둑 거리면서 내렸다. 집까지 스틱을 찍고 절뚝거리면서 몇 번 쉬면서 왔다. 집에서 양말을 벗고 살펴보는데 멍이나 붓기가 전혀 없다. 이상하다... 분명 복숭아뼈가 안 보일 만큼 퉁퉁 붓고 피멍 들고 그래야 하는데 외관상으로는 너무 멀쩡하다. 하지만 발을 딛을 수 없을 만큼 그리고 가만히 올려놓고 있어도 엄청난 통증이 있었다. 바로 얼음찜질 몇 번 해주면서 바르는 파스도 발랐다. 일요일이라 응급실 밖에 갈 수 없는데 어차피 월요일에 정형외과에 가서 검사를 받아야 하니 조금 참고 내일 병원에 가보기로 했다. 너무 아팠다. ㅜㅠ 그렇게 통증과 함께 잠이 들었다.
24. 9. 30. 종합병원 정형외과 방문
정형외과 의사쌤을 만났다. 등산하다 발을 접질렸다 말씀드리니 복숭아뼈 주변을 여기저기 꾹 눌러보신다.
의사쌤 : (여기저기 누르며) 아파요?
나 : 아니요.
의사쌤 : (말없이 계속 여기저기 꾹 누르신다)
나 : 그런 부분은 안아프고 발목과 발등이 이어지는 부분만 아파요. 체중을 실을 수가 없어요.
의사쌤 : 반깁스 하고요. 일단 자세히 살펴봐야 하니 입원하고 기본적인 촬영 해봅시다.
반깁스를 하고 체혈실, 심전도, 소변검사, 엑스레이, MRI검사까지 하고 입원을 하게 되었다. 결과 보시더니..
의사쌤 : 외관으로 보기보다 MRI상으로 봤을 때 인대 손상이 심각합니다. 골절 가능성도 있어 보여요. 뼈에서 피가 난 흔적도 있어요. 골절은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되는데 인대는 수술해야 합니다.
나 : (지구가 멸망한 듯 절망한 표정으로 ㅋㅋㅋ) 수술이요? 아ㅠㅜㅜ,,, 인대는 자연스럽게 안 붙나요?
의사쌤 : 손상이 50% 미만일 때 자연적으로 붙지만, 환자분은 완전 파열됐어요.
나 : (최대한 불쌍한 표정하고 ㅋㅋㅋ) 저 붓기도 없고 멍도 없는데 그 정도로 심하게 파열 됐나요?
의사쌤 : 네, MRI 결과로는 그렇게 보입니다. 다시 한번 발 올려보실래요?
(여기저기 꾹 눌러보신다. 특히 복숭아뼈 근처로 눌러보신다.) 아파요?
나 : 아니요. 안 아파요.
의사쌤 : 음.. 환자분이 느끼는 증상이 더 중요하니 일단 인대보다는 뼈 쪽에 문제가 더 있을 것 같아요. CT검사해봅시다. 입원기간은 더 길어질 수 있습니다. 4~5주?
나 : (한 줄기 희망을 보고) 네 ~~^^
그리고 오후에 CT촬영까지 마쳤다. 내일은 국군의 날 임시공휴일이라 2일에 결과를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아주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난생처음 입원해 보는 병원생활을 즐겨(?) 보기로 한다. 일단, 밥은 맛있게 잘 먹고 있다. 아직 물릴정도는 아니라서 ㅋㅋㅋ 가장 불편한 건 링거(포도당생리식염수)를 항상 맞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주사 맞는 것도 싫어하는데 손목에 바늘을 계속 꽂고 있어야 한다. 중간중간 약물을 주입해 주실 때마다 이상한(?) 느낌은 정말 별로다.ㅠㅠ
왜 다쳤을까.. 하는 생각뿐.. 캡(?)을 편의점에서 사 와서 꼽고 링거액은 빼지만 링거바늘은 꽂혀있는 상태로 샤워를 해야 한다. 바늘이 꽂힌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손목을 사용하면 따끔하고 아파서 자연스럽게 힘이 안 들어간다. ㅠㅠ
정말 어렵고 불편하게 샤워를 마치고 이동식 폴대에 체중을 싣고 쩔뚝거리며 병실로 돌아왔다. 양발 양손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는 중이다. 앞으로는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조심하게 생활하리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해 본다.
급하게 입원을 하게 돼서 엄마에게 자꾸 이것저것 부탁하게 된다. 엄마 미안 ㅋㅋㅋ
일단, 내가 챙긴 물품들이다.
속옷(잘 마르는 원단), 수건, 세면도구, 노트북, 탭, 가벼운 세컨드폰, 충전기, 멀티탭, 텀블러, 작은 드라이기, 빗, 손거울, 휴지, 물티슈, 크록스, 손잡이 끈이 달린 작은 손가방(씻거나 양치, 화장실 갈 때 물품을 넣고 이동식 폴대에 걸고 가면 돼서 아주 편하다. 강추!), 큰 비닐봉지(씻을 때 깁스한 발을 넣고 묶으면 방수기능이 된다), 손톱깎이, 면봉, 수저, 젓가락, 수세미, 퐁퐁, 커피, 손수건
음.. 지금까지는 이렇게 챙겼다. (엄마께 부탁도 ㅋㅋㅋ) 이것저것 뭐가 많이 필요하네ㅋㅋㅋ
그리고 내가 입원 한 병원은 도서관이 있어서 책은 따로 챙기지 않았다. 앞으로 뭐가 더 추가될지 덜덜덜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