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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정보통신) 공부/ICT 이슈

중국 플랫폼의 미래(알리페이, 앤트그룹, 디디추싱, 알리바바, 타오바오, 위챗, 메이트완)

by 고찌에요 2024.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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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랫폼 비즈니즈란 단어의 시작은 미국이었습니다. 그런데 중국이 또 하나의 플랫폼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미국의 플랫폼과 중국의 플랫폼을 비교해 보면 크게 3가지 차이가 있습니다. 먼저, 중국은 플랫폼의 후발 주자이고, 개발 도상국가이기에 플랫폼의 발전의 중심은 상거래와 소통, 이동 그리고 즐기는 콘텐츠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미국처럼 검색으로 대표되는 지식이나 미디어를 통한 정보의 공유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삶에 있어서 기본이 되는 영역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경제성장의 단계가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고,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하루에 수십억 개의 오더를 처리하는 타오바오가 존재하고, 10억 명의 생활과 커뮤니케이션을 책임지는 위챗이 존재합니다. 바이두라는 검색 포털이 약하고 이제야 토우티아오라는 개방형 뉴스 포털이 떠오르는 것은 정부의 의도라고 보기보다는 시장의 니즈였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음식 배달 플랫폼인 메이투안디엔핑이나 차량 공유 플랫폼인 디디추싱이 지구상 어디보다 빠르게 자리를 잡은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두 번째는 미국과 달리 플랫폼이라는 영역이 소수의 사업자에게 독점되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입니다. 미국의 경우도 구글이 유튜브를 소유하고 페이스북이 다양한 영역에 진입하는 모습을 볼 수 있지만 플랫폼은 여전히 스타트업들의 천국입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알리바바와 텐센트 중심으로 모든 플랫폼 사업들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마윈과 마화텅은 플랫폼의 모든 영역에 진출하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창업계에 중의적인 의미를 제공합니다. 즉, 지속적인 영역 확장의 의지를 가진 거대 기업이 있기에 스타트업들에게는 매각이라는 Eixt가 존재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들의 존재감으로 인해 창업 의지가 약해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집중은 중국 정부가 개입할 수 있다는 개연성도 갖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중국 플랫폼을 이해할 때 중국 정부의 의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중국 국부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중국 정부의 의지는 알리페이나 위챗페이 사업 명운을 좌우할 것이고, 디디추싱의 사업성을 크게 좌우하는 차량 공유에 대한 교통 정책은 2016년에 이미 만들어졌지만 정부는 디디추싱의 성장을 위해 눈감아주고 있었습니다. 검색이란 지식의 영역을 선택함으로써 성장의 한계를 느낀 바이두에게 정부는 인공지능이라는 선물을 주려 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됩니다. 결국 앞의 2가지 이유를 압도하는 것이 이 마지막 중국 정부라는 강력한 힘의 존재입니다. 그리고 그 힘의 존재가 극명하게 드러난 사건이 바로 알리바바의 금융 플랫폼 앤트 그룹의 상장 불허 사건입니다. 중국은 금융 서비스가 한국처럼 발전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소비자 금융은 아직 초보적 단계로 볼 수 있습니다. 공산주의라는 정치 형태에 기인하기도 하지만 경제 성장 대비 금융 인프라는 상대적으로 늦게 발전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알리바바라는 전자상거래 기업이 전 국민과의 금융 연결점을 만들어갑니다. 바로 타오바오와 알리페이입니다. 타오바오는 전자상거래 사이트고 알리페이는 거기서 사용되는 지불 결제 수단입니다. 이 기반을 바탕으로 알리바바는 앤트 그룹이라는 금융 플랫폼을 만들었습니다. 앤트 그룹은 우리가 알고 있는 금융 사업 라이선스는 하나도 갖고 있지 않지만, 다양한 금융 기업들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역할을 합니다. 100개 은행, 170개 투자회사, 80개 보험사를 공급자로 가지면서 이들의 상품을 소비자에게 추천 판매하는데요, 상장을 시도했던 2020년에 이미 대출은 한화로 355조 원, 투자 상품은 694조 원, 보험은 9조 원을 판매했습니다. 알리페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지불 기능을 바탕으로 전자상거래를 비롯한 여러 생활 영역에 이미 존재하기에 다양한 길목에서 금융 상품의 니즈를 찾아내 연결하는 것입니다. 가장 쉬운 예는 상품 구매 시 한도 부족을 대출로 연결하는 것입니다. 즉 앤트 그룹은 금융상품 제공자와 사용자라는 양면시장을 연결하는 플랫폼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앤트 그룹은 이 과정에서 보안과 추천 그리고 신용평가라는 플랫폼의 기능을 개발했고, 그 대가로 기술료를 받고 있습니다. 누가 보아도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가진 플랫폼이었고 2021년 홍콩 증시에 상장을 시도합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보기에 이 힘은 과도하게 커 보였습니다. 흡사 알리바바가 중국의 중앙은행의 역할을 대신할 것만 같은 우려가 보였던 것입니다. 심지어는 중국에서는 알리페이가 있는 한 실물 화폐가 필요 없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실제로도 중국인들은 종이돈을 거의 갖고 다니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길거리에서 음식을 사 먹어도 알리페이로 결제가 되고, 돈이 필요하면 앤트 그룹이 대출을 해주는 상황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중국 정부의 우려와 관여로 앤트 그룹의 상장이 좌절됐고, 어쩌면 전 세계 어디에서도 사례를 찾아볼 수 없었던 성공적인 금융 플랫폼은 중국 정부의 통제권 안으로 갈무리된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은 플랫폼의 후진국이지만 경제의 많은 부분이 플랫폼으로 움직이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유통은 알리바바, 소통은 위챗, 이동은 디디추싱, 배달은 메이트완 등 인민의 생활의 기본은 모두 스마트폰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라는 거대한 국가 플랫폼이 이들을 직간접적으로 통제하고 있습니다. 앤트 그룹의 상장 불허에 이어 디디추싱의 상장 폐지, 바이트 댄스의 상장 연기 등의 일련의 사건 등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미중간의 갈등과 더불어 중국 플랫폼들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고 있습니다. 시장을 장악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지배력을 바탕으로 수익을 확보하고 몸집을 불려 나가는 플랫폼의 성장 방식을 택하기 위해서는 이제 중국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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